부록 1: 1-큐빗의 지도: 블로흐 구 (Bloch Sphere)

양자역학의 수학적 추상성은 힐베르트 공간이라는 무대 위에서 펼쳐진다. 1-큐빗 시스템의 힐베르트 공간은 \(C^2\) (2차원 복소 벡터 공간)이다.

\(|\psi\rangle = \alpha|0\rangle + \beta|1\rangle\)

여기서 \(\alpha\)\(\beta\)\(\alpha, \beta \in C\) (복소수)이며, 총 4개의 실수( \(\alpha\)의 실수/허수부, \(\beta\)의 실수/허수부)가 필요해 보인다. 하지만 양자 상태의 두 가지 제약 조건—정규화전역 위상—은 이 자유도를 단 2개로 줄여준다.

  1. 정규화 (Normalization): 확률의 총합은 1이어야 한다. \(|\alpha|^2 + |\beta|^2 = 1\)
  2. 전역 위상 (Global Phase): \(|\psi\rangle\)\(e^{i\gamma}|\psi\rangle\)는 물리적으로 동일한 상태로 간주한다.

이 2개의 남은 자유도는 3차원 실수 공간(\(R^3\))에 존재하는 단위 구(Unit Sphere) 표면 위의 한 점을 기술하는 두 개의 각도(예: 위도, 경도)와 완벽하게 1:1로 대응된다.

블로흐 구(Bloch Sphere)는 이 2차원 복소 힐베르트 공간의 상태를 3차원 실수 공간의 구 표면에 시각적으로 매핑(mapping)하여, 1-큐빗의 모든 상태와 연산을 기하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가장 강력하고 표준적인 도구이다.


1. 상태 벡터에서 구(Sphere)로의 매핑

두 제약 조건을 적용하면, 모든 1-큐빗의 순수 상태 벡터 \(|\psi\rangle\)는 다음과 같은 두 개의 실수 각도 \(\theta\) (세타)와 \(\phi\) (파이)로 유일하게(전역 위상을 무시하고) 표현할 수 있다.

\[ |\psi\rangle = \cos\left(\frac{\theta}{2}\right)|0\rangle + e^{i\phi}\sin\left(\frac{\theta}{2}\right)|1\rangle \] * \(\theta\) (극각, Polar Angle): \(0 \le \theta \le \pi\). Z축의 양의 방향(북극)에서부터 내려온 각도이다. (구의 ’위도’를 결정) * \(\phi\) (방위각, Azimuthal Angle): \(0 \le \phi < 2\pi\). X축의 양의 방향에서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X-Y 평면상에서 회전한 각도이다. (구의 ’경도’를 결정)

\(\theta\)\(\phi\)를 3차원 공간의 구 좌표로 사용하여 상태 벡터 \(|\psi\rangle\)를 구 표면의 한 점 \(\vec{r}\) 로 매핑한다.

💡 상세 설명: 왜 \(\theta/2\) 인가? (직교성과 2:1 매핑)

힐베르트 공간에서 두 상태 \(|\psi\rangle\)\(|\psi_\perp\rangle\)직교(orthogonal)한다는 것( \(\langle\psi|\psi_\perp\rangle = 0\) )은, 블로흐 구 상에서 두 상태가 정확히 정반대 지점(antipodal)에 위치한다는 것과 동치이다.

  • \(|0\rangle\) 상태는 \(\theta=0\) 이다.
  • \(|0\rangle\)과 직교하는 \(|1\rangle\) 상태는 \(\theta=\pi\) (180°) 이다.

상태 벡터의 각도는 \(\theta/2\) 이지만, 구 표면의 실제 각도는 \(\theta\) 이다. \(|0\rangle\)에서 \(|1\rangle\)로 가기 위해 상태 벡터는 \(\cos(0^\circ)|0\rangle \to \cos(90^\circ)|0\rangle\) (즉, 90° 회전)해야 하지만, 블로흐 구 상에서는 북극(\(\theta=0\))에서 남극(\(\theta=\pi\))으로 180° 이동해야 한다.

이처럼 힐베르트 공간에서의 \(SU(2)\) 연산과 블로흐 구에서의 \(SO(3)\) 회전은 2:1의 대응 관계를 가지며, 이 \(\theta/2\) 인자가 그 관계를 정확하게 보장한다.


2. 블로흐 구의 주요 지점 (Key Geography)

이 매핑에 따라, 양자 컴퓨팅의 기본이 되는 6개의 주요 기저 상태는 블로흐 구의 6개 방위(북극, 남극, \(\pm X, \pm Y\))에 정확히 위치한다.

  • Z-축 (계산 기저 / Computational Basis):

  • \(|0\rangle\): \(\theta=0\). \(\implies\) 북극 (+Z축)

  • \(|1\rangle\): \(\theta=\pi\). \(\implies\) 남극 (-Z축)

  • X-축 (Hadamard 기저):

  • \(|+\rangle = \frac{|0\rangle+|1\rangle}{\sqrt{2}}\): \(\theta=\pi/2, \phi=0\). \(\implies\) +X축

  • \(|-\rangle = \frac{|0\rangle-|1\rangle}{\sqrt{2}}\): \(\theta=\pi/2, \phi=\pi\). \(\implies\) -X축

  • Y-축 (원형 기저 / Circular Basis):

  • \(|+i\rangle = \frac{|0\rangle+i|1\rangle}{\sqrt{2}}\): \(\theta=\pi/2, \phi=\pi/2\). \(\implies\) +Y축

  • \(|-i\rangle = \frac{|0\rangle-i|1\rangle}{\sqrt{2}}\): \(\theta=\pi/2, \phi=3\pi/2\). \(\implies\) -Y축


3. 연산의 기하학: 게이트는 회전이다

블로흐 구가 필수적인 가장 큰 이유는 1-큐빗에 가해지는 모든 유니타리 연산(게이트)이, 블로흐 구 상의 한 축을 중심으로 상태 벡터를 회전(Rotation)시키는 것과 1:1로 대응하기 때문이다.

복잡한 2x2 복소행렬 곱셈이, 직관적인 3차원 구의 ’회전’으로 번역된다. (본문 1장 참조)

  • Pauli-X 게이트 (NOT):

  • \(\hat{X} = \begin{pmatrix} 0 & 1 \\ 1 & 0 \end{pmatrix}\)

  • \(|0\rangle \to |1\rangle\), \(|1\rangle \to |0\rangle\).

  • 블로흐 구 해석: X축을 중심으로 180° ( \(\pi\) 라디안) 회전시킨다. (북극에 있던 \(|0\rangle\)이 X축을 돌아 남극의 \(|1\rangle\)로 이동한다.)

  • Pauli-Z 게이트 (Phase-Flip):

  • \(\hat{Z} = \begin{pmatrix} 1 & 0 \\ 0 & -1 \end{pmatrix}\)

  • \(|0\rangle \to |0\rangle\), \(|1\rangle \to -|1\rangle\) (관측 불가한 전역 위상).

  • 하지만 \(|+\rangle \to |-\rangle\) 로 상태를 바꾼다.

  • 블로흐 구 해석: Z축을 중심으로 180° ( \(\pi\) 라디안) 회전시킨다. (+X축에 있던 \(|+\rangle\)가 Z축을 돌아 -X축의 \(|-\rangle\)로 이동한다.)

  • Pauli-Y 게이트:

  • \(\hat{Y} = \begin{pmatrix} 0 & -i \\ i & 0 \end{pmatrix}\)

  • 블로흐 구 해석: Y축을 중심으로 180° ( \(\pi\) 라디안) 회전시킨다.

  • Hadamard (H) 게이트:

  • \(\hat{H} = \frac{1}{\sqrt{2}}\begin{pmatrix} 1 & 1 \\ 1 & -1 \end{pmatrix}\)

  • \(|0\rangle \to |+\rangle\), \(|1\rangle \to |-\rangle\).

  • 블로흐 구 해석: Z축 기저를 X축 기저로 바꾼다. 이는 (X+Z)축을 중심으로 180° 회전하는 것과 같다. (북극의 \(|0\rangle\)을 +X축의 \(|+\rangle\)로 보낸다.)

  • S 게이트 ( \(Z^{1/2}\) ) / T 게이트 ( \(Z^{1/4}\) ):

  • S 게이트: Z축을 중심으로 90° ( \(\pi/2\) 라디안) 회전시킨다.

  • T 게이트: Z축을 중심으로 45° ( \(\pi/4\) 라디안) 회전시킨다.


4. 구의 내부: 순수 상태와 혼합 상태

블로흐 구는 1-큐빗의 순수 상태(Pure State)혼합 상태(Mixed State)를 완벽하게 구별하는 강력한 시각화 도구이다. (본문 6장, 9장 참조)

  • 순수 상태 (Pure States):

  • \(\rho = |\psi\rangle\langle\psi|\) (예: \(\rho_{\text{pure}}\))

  • 시스템에 대한 정보가 완벽한 상태.

  • 블로흐 구의 표면(Surface)에 위치한다. (벡터의 길이 \(r=1\))

  • 혼합 상태 (Mixed States):

  • \(\rho = \sum_i p_i |\psi_i\rangle\langle\psi_i|\) (예: \(\rho_{\text{mix}}\))

  • 고전적 확률(무지)이 섞여 정보가 불완전한 상태.

  • 블로흐 구의 내부(Interior)에 위치한다. (벡터의 길이 \(r < 1\))

  • 완전 혼합 상태 (Maximally Mixed State):

  • \(\rho = \frac{1}{2}I = \frac{1}{2}(|0\rangle\langle0| + |1\rangle\langle1|)\)

  • 무작위로 \(|0\rangle\) 또는 \(|1\rangle\)이 50%씩 섞인, 가장 무지한 상태.

  • 블로흐 구의 정중앙(Origin)에 위치한다. (벡터의 길이 \(r=0\))

💡 응용: 결어긋남(Decoherence)의 시각화

큐빗이 외부 환경과 상호작용하여 양자 정보를 잃는 결어긋남(Decoherence) 과정은 블로흐 구를 통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.

  • \(T_1\) 과정 (에너지 감쇠): \(|1\rangle\) 상태(남극)에 있던 큐빗이 에너지를 잃고 \(|0\rangle\) 상태(북극)로 이동하며 벡터가 Z축을 따라 수축합니다.
  • \(T_2\) 과정 (위상 감쇠): \(|+\rangle\) 상태(+X축)에 있던 큐빗이 위상 정보를 잃으면, 벡터가 X-Y 평면상에서 수축하여 Z축으로 접근합니다.

궁극적으로 모든 결어긋남은 표면(\(r=1\))에 있던 순수 상태 벡터를 구의 내부로 끌어당겨, 최종적으로 중심(\(r=0\), 완전 혼합 상태)으로 수렴시키는 과정으로 시각화할 수 있습니다. $$