11장. 열적 시간 가설: 상태가 자신의 시간을 정의하는 법

지금까지 우리는 3장(생성자)에서 해밀토니안(\(H\))이 시간의 흐름(\(U(t) = e^{-iHt/\hbar}\))을 ’생성’한다고 배웠고, 9장(페이지-우터스)에서는 아예 시간이 없는 우주(\(H|\Psi\rangle=0\))에서 얽힘을 통해 어떻게 ’내부 시간’이 창발하는지 탐구했습니다.

이 챕터에서는 ‘시간의 문제’에 대한 세 번째이자 가장 급진적인 접근법을 다룹니다. 바로 “열적 시간 가설(Thermal Time Hypothesis)”입니다. 이 가설은 시간의 흐름이 해밀토니안이나 외부 시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, 시스템의 상태(State) 그 자체에 내재되어 있다고 주장합니다.

이 놀라운 아이디어는 양자장론(QFT)과 순수 수학(대수 이론)의 만남에서 탄생했습니다. 이 이론을 이해하기 위해, 우리는 물리적 ’상태’가 어떻게 자신의 고유한 ’동역학’을 생성해내는지, 그리고 그것이 왜 ’열(thermal)’과 관련 있는지 살펴볼 것입니다.

1. 기본 개념 (Fundamental Concepts)

  • 연산자 대수 (Operator Algebra: C* / von Neumann) 1장에서 배운 ‘연산자’들을 개별적으로 다루는 대신, 측정 가능한 모든 연산자의 ’집합’ 전체를 하나의 대수(Algebra) 구조로 다루는 수학적 틀입니다.

    • **C*-대수:** 물리적 관측량(\(A=A^\dagger\))과 그들의 합, 곱, 노름(\(\|A\|\))을 다루는 가장 일반적이고 안정적인 ’운영체제’입니다.
    • 폰 노이만 대수: C*-대수보다 더 정교한 구조로, ’측정’과 ’부분계’를 다루는 데 특화되어 있으며, QFT의 국소적(local) 관측을 다루는 표준 언어입니다.
  • KMS 상태 (KMS State) 5장에서 배운 열 평형 상태 \(\rho = e^{-\beta H} / Z\) (깁스 상태)는 해밀토니안 \(H\)가 주어져야만 정의할 수 있습니다. 하지만 일반 상대론이나 양자 우주론에서는 “전역 해밀토니안”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합니다. KMS 상태\(H\) 없이도 열 평형 상태를 수학적으로 정의하는 일반화된 방법입니다.

    💡 해밀토니안 없는 열 평형?

    “방이 뜨겁다”는 것을 말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.
    1. “저기 보일러(\(H\))가 100°C로 작동 중이다.” (깁스 상태)
    2. “방 안의 공기 분자들의 통계적 분포(상관관계)를 보니, 100°C에 해당하는 열적 분포를 보인다.” (KMS 상태)

    KMS 조건은 깁스 상태의 복잡한 상관관계(\(\omega(A(t)B)\)\(\omega(B A(t+i\beta))\)의 관계)를 추출하여, \(H\)가 없어도 “이 상태는 온도 \(\beta\)의 열평형 상태다”라고 인증해주는 ‘열적 인증서’입니다.

  • 토미타-타케사키 모듈러 이론 (Tomita-Takesaki Modular Theory) 이 이론은 20세기 중반 순수 수학에서 발견된, 지극히 놀라운 정리입니다. “어떤 (폰 노이만) 대수 \(\mathcal{M}\)와 그 위에서 정의된 ‘충실한’ 상태 \(\omega\)가 주어지면, 그 상태 \(\omega\)는 유일한 고유의 동역학(흐름) \(\sigma_t^\omega\)를 스스로 생성한다.

    💡 상태가 시간을 생성한다 (The state is the clock)

    이것은 비유가 아니라 수학적 사실입니다. 9장의 페이지-우터스(PW) 메커니즘은 ’외부 시계(C)’와의 얽힘을 통해 시간을 만들었습니다.

    하지만 토미타-타케사키(T-T) 이론은 더 깊이 들어갑니다. 외부 시계가 필요 없습니다.
    1. 당신에게 어떤 물리계(대수 \(\mathcal{M}\))와
    2. 그 계의 특정 상태(상태 \(\omega\), 예: 진공 상태, 열적 상태)가 주어지면,

    T-T 이론은 이 \((\mathcal{M}, \omega)\) 쌍으로부터 수학적으로 유일하게 결정되는 ‘모듈러 흐름(Modular Flow)’ \(\sigma_t^\omega\) 라는 시간 진화 연산자를 자동으로 찾아냅니다. 마치 상태 \(\omega\) 자체가 “나에게 고유한 시간의 흐름은 이것이다”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. 이 흐름의 생성자를 모듈러 해밀토니안(\(K_\omega \sim -\ln \rho\))이라 부릅니다.

  • 열적 시간 가설 (Thermal Time Hypothesis) 1990년대 알랭 콘(Alain Connes)과 카를로 로벨리(Carlo Rovelli)는 T-T 이론의 이 수학적 ’흐름’이 물리적 실체일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.

    • 가설: (일반 상대론과 같이) 미리 주어진 배경 시간이 없는 근본적인 이론에서, 시스템이 경험하는 물리적 시간의 흐름은 다름 아닌 그 시스템의 (KMS) 상태 \(\omega\)가 생성하는 모듈러 흐름 \(\sigma_t^\omega\) 이다.
    • 근거: 표준적인 QFT에서, 깁스 열평형 상태(KMS 상태)의 모듈러 흐름 \(\sigma_t^\omega\)를 계산해 보면, 놀랍게도 우리가 알던 표준적인 시간 진화 \(e^{iHt/\hbar}(\cdot)e^{-iHt/\hbar}\)와 정확히 일치합니다.
    • 결론: ’열적 시간’은 새로운 시간이 아니라, 우리가 알던 ’시간’을 상태의 관점에서 재정의한 것입니다.

2. 기호 및 핵심 관계식

  • C* / 폰 노이만 대수 (\(\mathcal{A}, \mathcal{M}\)):
    • **C*-항등식:** \(\|A^*A\| = \|A\|^2\) (대수의 안정성 보장)
    • 폰 노이만: 약한 연산자 위상(weak operator topology)에서 닫힌 C*-대수.
  • 상태 (\(\omega\)):
    • \(\omega\)는 대수 \(\mathcal{A}\)에서 복소수 \(\mathbb{C}\)로 가는 선형 함수(functional)이며, \(\omega(A^*A) \ge 0\) (양성)이고 \(\omega(\mathbf{1})=1\) (정규화)을 만족합니다. (2장의 \(\omega(A) = \mathrm{Tr}(\rho A)\)의 일반화입니다.)
  • KMS 조건 (Kubo-Martin-Schwinger):
    • 상태 \(\omega\)가 동역학 \(\alpha_t\) (시간 진화 군)에 대해 \((\beta, \alpha_t)\)-KMS 상태라는 것은,
    • 모든 \(A, B \in \mathcal{A}\)에 대해, \(F(t) = \omega(A \, \alpha_t(B))\) 함수가 복소 평면의 띠(\(0 < \mathrm{Im}(z) < \beta\))에서 해석적 연속이 가능하며, 경계에서 다음을 만족함을 의미합니다. \[F(t + i\beta) = \omega(\alpha_t(B) A)\]
    • 직관: 이 조건은 복소 시간 \(t+i\beta\)에서의 순서(BA)와 \(t\)에서의 순서(AB)를 연결하며, 열적 상관관계를 나타냅니다.
  • 토미타-타케사키 (모듈러 이론):
    • 충실한(faithful) 상태 \(\omega\)가 주어지면, 모듈러 연산자 \(\Delta_\omega\)와 모듈러 공액 \(J_\omega\)가 유일하게 존재합니다.
    • 모듈러 흐름 (Modular Flow): \(\sigma_t^\omega (A) = \Delta_\omega^{it} A \Delta_\omega^{-it}\)
    • 핵심 정리: 상태 \(\omega\)는 자신의 모듈러 흐름 \(\sigma_t^\omega\)에 대해 항상 \((\beta=1)\)-KMS 상태입니다. (즉, 모든 상태는 자신의 고유한 ’열적 시간’에 대해 온도 1의 평형 상태입니다.)
  • 열적 시간 가설:
    • 물리적 시간 \(t_{\text{phys}}\) = 모듈러 시간 \(\tau\).
    • \(H_{\text{phys}} = K_\omega / \beta\) (물리적 해밀토니안은 모듈러 해밀토니안을 온도로 나눈 것)

3. 손쉬운 예제 (Examples with Deeper Insight)

  • 예제 1: 유한차원 깁스 상태 (KMS 검증)
    • 상황: \(n \times n\) 행렬 대수(\(\mathcal{A}=M_n(\mathbb{C})\)), 해밀토니안 \(H\), 시간 진화 \(\alpha_t(A) = e^{iHt} A e^{-iHt}\).
    • 상태: 깁스 상태 \(\rho_\beta = e^{-\beta H} / Z\), \(\omega(A) = \mathrm{Tr}(\rho_\beta A)\).
    • 결과:\(\omega\)\((\beta, \alpha_t)\)-KMS 조건을 정확히 만족합니다. 이는 KMS 조건이 깁스 상태를 올바르게 일반화했음을 보여줍니다.
  • 예제 2: 최대 혼합 상태 (자명한 시간)
    • 상황: 예제 1에서 \(\rho = \mathbf{1}/n\) (무한대 온도, \(\beta=0\)에 해당). 이는 ’추적 상태(tracial state)’입니다.
    • 모듈러 흐름: 이 상태의 모듈러 연산자는 \(\Delta_\omega = \mathbf{1}\) 입니다.
    • 결과: \(\sigma_t^\omega(A) = \mathbf{1}^{it} A \mathbf{1}^{-it} = A\). 모듈러 흐름이 자명(trivial)합니다. 즉, 시간이 흐르지 않습니다.
    • 해석: 최대 혼합(무질서) 상태는 어떤 고유한 시간의 방향도 정의하지 못합니다.
  • 예제 3: 언루 효과 (Unruh Effect)와 열적 시간
    • 상황: (이해를 돕기 위한 개념적 설명)
    • 관성 계 관찰자: 민코프스키 시공간의 전체 대수 \(\mathcal{M}\)를 봅니다. 이 관찰자의 상태 \(\omega_{\text{Mink}}\)는 ’진공’입니다.
    • 가속 계 관찰자 (리들러): 이 관찰자는 빛의 속도 한계 때문에 시공간의 일부(리들러 쐐기) \(\mathcal{M}_R\) 만 볼 수 있습니다.
    • T-T 이론 적용: 전체 진공 상태 \(\omega_{\text{Mink}}\)를 리들러 대수 \(\mathcal{M}_R\)제한시킨 상태 \(\omega_R\)는, 더 이상 ‘자명한’ 상태가 아닙니다.
    • 놀라운 결과:\(\omega_R\)의 모듈러 흐름 \(\sigma_t^{\omega_R}\)은 정확히 가속 관찰자의 고유 시간(proper time)의 흐름과 일치합니다.
    • 해석: T-T 이론에 따르면, \(\omega_R\)는 자신의 모듈러 흐름에 대해 KMS 상태여야 합니다. 이는 가속 관찰자가 진공을 열적 상태(Thermal Bath)로 관측함을 의미합니다 (언루 효과). 이때 ’열적 시간’은 곧 가속 관찰자의 ’물리적 시간’입니다.

4. 연습문제

  1. (KMS 검증): 예제 1의 유한차원 깁스 상태 \(\omega(A)=\mathrm{Tr}(\rho_\beta A)\)가 KMS 조건 \(F(t+i\beta) = \omega(\alpha_t(B)A)\)을 만족함을 직접 계산하여 보이십시오. (힌트: \(\mathrm{Tr}\)의 순환성, \(e^{iH(t+i\beta)} = e^{iHt}e^{-\beta H}\))
  2. (모듈러 흐름): 모듈러 흐름 \(\sigma_t^\omega(A)=\Delta_\omega^{it}A\Delta_\omega^{-it}\)가 1-매개변수 군의 성질 \(\sigma_{t+s}^\omega = \sigma_t^\omega \circ \sigma_s^\omega\) 를 만족함을 보이십시오.
  3. (자명한 흐름): 예제 2의 추적 상태 \(\omega(A)=\tfrac{1}{n}\mathrm{Tr}(A)\)에서 \(\Delta_\omega = \mathbf{1}\) 임을 보이고, \(\sigma_t^\omega = \mathrm{id}\) (항등 변환)임을 결론지으십시오.
  4. (KMS와 상세 균형): KMS 조건이 통계역학의 ‘상세 균형(detailed balance)’ 원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개념적으로 설명하십시오.
  5. (PW vs 열적 시간): 9장의 페이지-우터스 메커니즘과 10장의 열적 시간 가설은 둘 다 ’시간의 문제’를 다룹니다. 두 접근 방식의 근본적인 차이점(예: 시계의 필요 유무)을 비교 설명하십시오.
  6. (상태 의존성): 만약 시스템의 상태가 \(\omega\)에서 \(\omega'\) (다른 온도)로 바뀐다면, ’열적 시간의 흐름’은 어떻게 변할지(예: 속도) 논하십시오.
  7. (유형 III 대수): (심화) QFT의 국소 대수는 대부분 ‘유형 III’ 폰 노이만 대수입니다. 이 대수는 ’추적(Trace)’이 수학적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. 왜 이 사실이 모듈러 이론을 QFT에 필수적으로 만드는지 설명하십시오.
  8. (유클리드 경로적분): KMS 조건의 ‘복소 시간’ 주기성(\(t+i\beta\))은 4장의 유클리드 경로적분에서 허수 시간 \(\tau\)\(\tau \sim \tau+\beta\)로 동일시하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. 이 관계를 설명하십시오.

5. 연습문제 해설

  1. \(F(t+i\beta) = \mathrm{Tr}(\rho_\beta A \, e^{iH(t+i\beta)} B e^{-iH(t+i\beta)}) = \mathrm{Tr}(\rho_\beta A e^{iHt} e^{-\beta H} B e^{\beta H} e^{-iHt})\). \(\rho_\beta e^{\beta H} = (e^{-\beta H}/Z) e^{\beta H} = \mathbf{1}/Z\) 이고, \(\mathrm{Tr}\)의 순환성을 이용해 \(e^{-\beta H}\)를 맨 뒤로 보냅니다. \(\dots = \mathrm{Tr}(e^{-\beta H} e^{-iHt} A e^{iHt} B)/Z = \mathrm{Tr}(\rho_\beta \, \alpha_t(B) A) = \omega(\alpha_t(B)A)\).
  2. \(\sigma_t^\omega(\sigma_s^\omega(A)) = \sigma_t^\omega(\Delta_\omega^{is} A \Delta_\omega^{-is}) = \Delta_\omega^{it} (\Delta_\omega^{is} A \Delta_\omega^{-is}) \Delta_\omega^{-it}\) \(= (\Delta_\omega^{it}\Delta_\omega^{is}) A (\Delta_\omega^{-is}\Delta_\omega^{-it}) = \Delta_\omega^{i(t+s)} A \Delta_\omega^{-i(t+s)} = \sigma_{t+s}^\omega(A)\).
  3. 추적 상태는 \(\omega(AB) = \omega(BA)\)를 만족하므로, T-T 이론의 연산자 \(S\)\(S=J\) (등거리 연산자)가 됩니다. 따라서 \(\Delta_\omega = S^\dagger S = J^\dagger J = \mathbf{1}\) 입니다. \(\Delta_\omega=\mathbf{1}\)이므로 \(\sigma_t^\omega(A) = \mathbf{1}^{it} A \mathbf{1}^{-it} = A\) 입니다.
  4. KMS 조건은 시간 \(t\)에서의 \((A \to B)\) 전이율과 시간 \(t+i\beta\)에서의 \((B \to A)\) 전이율 사이의 관계를 맺어주며, 이는 열평형 상태에서 순방향 흐름과 역방향 흐름이 균형을 이루는 상세 균형 조건을 일반화한 것입니다.
  5. PW: 시간은 ‘외부’ 시계(C)와 시스템(S) 간의 ‘얽힘 관계’에서 창발합니다. 시계가 필요합니다. 열적 시간: 시간은 ‘상태 자체’의 내재적 속성(모듈러 흐름)입니다. 외부 시계가 필요 없습니다.
  6. 상태가 \(\omega \to \omega'\)로 바뀌면, 모듈러 연산자 \(\Delta_\omega \to \Delta_{\omega'}\)로 바뀝니다. 이는 ’열적 시간’의 흐름 \(\sigma_t^{\omega'}\)\(\sigma_t^\omega\)와 달라짐을 의미합니다. (예: 온도가 변하면(\(\beta \to \beta'\)) 시간의 흐름 ’속도’가 변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). 이는 시간이 ’관찰자/상태 의존적’임을 시사합니다.
  7. ’추적’이 없으면, \(\mathrm{Tr}(\rho A)\) 방식의 상태 정의나 엔트로피(\(S = -\mathrm{Tr}(\rho \ln \rho)\)) 정의가 불가능합니다. 모듈러 이론은 추적 없이도 상태(\(\omega\))와 동역학(\(\sigma_t^\omega\)), 상대 엔트로피 등을 정의할 수 있는 유일한 수학적 도구를 제공합니다.
  8. 유클리드 경로적분에서 분배함수 \(Z = \mathrm{Tr}(e^{-\beta H})\)는 허수 시간을 \(0\)에서 \(\beta\)까지 적분하고 경계를 붙이는(주기 \(\beta\)) 것으로 계산됩니다. KMS 조건의 \(t+i\beta\) 주기성은 이 허수 시간의 주기성과 정확히 일치하며, 둘 다 ’온도 \(\beta\)’에서의 열평형을 나타내는 동일한 수학적 구조입니다.

📚 참고: 10장과 11장의 두 가지 ‘시간’ - 관계인가, 속성인가?

10장(페이지-우터스)과 11장(열적 시간 가설)은 ’시간의 문제’에 대한 현대 물리학의 가장 유력한 두 가지 접근법을 보여줍니다. 이 둘은 서로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, ’시간’의 기원을 근본적으로 다른 관점에서 바라봅니다.

  • 10장. 페이지-우터스 (PW): “시간은 관계다.”
    • PW 이론에서 시간은 ’외부’에 존재하지 않습니다.
    • 시간은 우주의 한 부분(시계 C)과 나머지(시스템 S) 사이의 ‘얽힘 관계’를 통해 창발합니다.
    • 이론이 작동하려면 반드시 우주를 두 부분(C와 S)으로 나누는 행위가 필요합니다.
    • 검증: 이 ‘관계적 시간’ 개념은 2013년 얽힌 광자 쌍을 이용한 실험으로 그 원리가 성공적으로 검증(개념 증명)되었습니다.
  • 11장. 열적 시간 가설 (TTH): “시간은 상태의 속성이다.”
    • TTH는 더 급진적입니다. 이 이론은 ’외부 시계’나 ’시스템 분할’이 필요 없다고 말합니다.
    • 시간은 상태(\(\omega\)) 그 자체에 내재된 수학적 속성입니다.
    • 어떤 상태 \(\omega\)가 주어지면, 토미타-타케사키 이론은 그 상태가 고유하게 정의하는 단 하나의 ‘흐름(flow)’, 즉 모듈러 흐름(\(\sigma_t^\omega\))을 수학적으로 찾아냅니다. TTH는 이 수학적 흐름이 바로 물리적 시간이라고 선언합니다.
    • 검증: TTH의 직접적인 증거는 ’언루 효과(Unruh Effect)’의 관측과 연결되지만, 이는 현재 기술로는 아직 실험적으로 검증되지 않았습니다.

10장은 시간을 ’외부 시계와의 얽힘’이라는 관계로, 11장은 시간을 ’상태 자체의 고유한 수학적 결’이라는 속성으로 설명합니다.


📚 참고: 시간, 객관성, 그리고 얽힘의 이중적 역할

본문의 9장(양자 다윈주의)과 10장(페이지-우터스)은 양자론의 가장 심오한 두 가지 질문에 답합니다.

  1. 시간의 문제 (9장): “우주 전체가 정지(\(H|\Psi\rangle=0\))해 있다면, 왜 우리는 ’시간의 흐름’을 경험하는가?”
  2. 객관성의 문제 (8장): “우주가 양자 중첩으로 가득 차 있다면, 왜 우리는 ’객관적인 고전 세계’를 경험하는가?”

이 두 이론은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,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는 두 개의 필수적인 조각입니다. PW가 ’역사의 순서’를 설명하고, QD가 그 ’역사의 각 장면’이 왜 고전적인지를 설명합니다.

1. 페이지-우터스(PW): ‘역사의 필름 롤’ 만들기

PW 메커니즘은 ’시간의 흐름’이라는 개념(순서) 자체가 어떻게 창발하는지 보여줍니다.

  • \(H|\Psi\rangle=0\) 상태의 우주는 비유하자면, 모든 프레임이 이미 인쇄되어 있는 하나의 거대한 ‘영화 필름 롤’(\(|\Psi\rangle\))과 같습니다.
  • 이 필름 롤 자체는 정지해 있지만, 그 안에는 얽힘을 통해 “1시 1분(\(|t_1\rangle\))”이라는 프레임과 “그때의 우주 모습(\(|\psi(t_1)\rangle\))”이 완벽하게 상관관계로 인코딩되어 있습니다. \[|\Psi\rangle = \sum_t |t\rangle_C \otimes |\psi(t)\rangle_S\]
  • ’시간이 흐른다’는 것은, 우주의 일부인 우리(관찰자)가 이 정지된 필름 롤(\(|\Psi\rangle\))을 ’시계(\(C\))’라는 기준을 통해 한 프레임씩 순서대로 읽어내는 경험을 의미합니다.

2. 양자 다윈주의(QD): ’각 프레임’을 선명하게 하기

PW가 ’필름 롤’을 제공했다면, QD는 그 필름의 ‘각 프레임(\(|\psi(t)\rangle\))’이 왜 흐릿한 양자 중첩이 아니라 선명한 고전적 사진인지를 설명합니다.

  • PW가 만든 \(|\psi(t)\rangle_S\) 프레임 자체는 ’시스템(예: 사과)’과 그 시스템을 둘러싼 ’수조 개의 광자/공기 분자(환경 \(E\))’로 이루어져 있습니다.
  • 사용자님께서 “서로가 서로에 대한 관찰자”라고 하신 것처럼, QD는 환경(\(E\))이 시스템(사과)을 끊임없이 ’관측’한다고 설명합니다.
  • 이 ’관측’이 바로 5장에서 배운 결어긋남(Decoherence)입니다. 광자가 사과를 때리는 순간, “사과는 A에 있다”는 정보가 그 광자에 얽히며(측정), 이 정보는 즉시 수조(\(10^{20}\)) 개의 다른 광자들에 중복 복제됩니다.
  • 이 압도적인 ’중복성’이 그 프레임의 상태를 되돌릴 수 없는 ‘객관적인 사실’로 확정합니다.

3. 얽힘의 이중적 역할: ‘자원’ vs ‘정보 유출’

이 두 이론을 이해하려면 ’얽힘’이라는 단어의 두 가지 다른 쓰임새를 구분해야 합니다.

  • Type 1 (깨끗한 얽힘): 양자 ‘자원’ (2장)
    • 정의: 소수의 입자(A, B)가 분리 불가능한 단일 순수 상태(\(|\Phi^+\rangle\))를 공유합니다.
    • 특징: “전체 정보는 완벽(순수 상태), 부분 정보는 불완전(혼합 상태).”
    • 역할: 양자 컴퓨터, PW 메커니즘의 핵심 원리.
    • 비유: 두 조각을 합쳐야만 의미가 있는 암호문.
  • Type 2 (지저분한 얽힘): ‘정보 유출’ / 결어긋남 (5, 8장)
    • 정의: 하나의 시스템(S)이 통제 불가능한 거대 환경(E)과 얽히는 과정.
    • 특징: 시스템(S)의 관점에선 정보가 사라지고 중첩(간섭항)이 파괴됨.
    • 역할: 양자 다윈주의, 고전성의 출현.
    • 비유: 비밀 정보가 수조 개의 복사본으로 찢어져 사방으로 유출되는 것.

결론: PW는 Type 1 얽힘을 이용해 ’시간이라는 순서’를 설명하고, QD는 Type 2 얽힘을 이용해 ’각 순간의 객관성’을 설명합니다.

4. 실험적 검증: 상상이 아닌 현실

이 두 이론은 상상력이 풍부하지만, 단순한 철학이 아니라 검증 가능한 물리적 예측을 제시합니다.

페이지-우터스(PW) 검증

  • 핵심 예측: 정지된 전역 상태(\(H|\Psi\rangle=0\))라도, 내부 시계(C)에 조건화된 시스템(S)은 슈뢰딩거 방정식을 따라 진화하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.
  • 실험 (2013년, Moreva et al.):
    • 언급하신 대로, 두 개의 얽힌 광자(Type 1 얽힘)로 ’정지된 우주’를 만들었습니다.
    • 한 광자를 ’시계(C)’로, 다른 광자를 ’시스템(S)’으로 삼았습니다.
    • 시계(C)의 편광을 특정 각도(\(t\) 역할)로 측정하는 조건 하에서 시스템(S)을 관찰하자, S의 상태가 \(t\)에 따라 정확히 슈뢰딩거 방정식을 따라 진화함을 실험적으로 완벽히 증명했습니다.
    • 이 2013년 실험은 PW 메커니즘의 개념 증명(proof-of-concept)을 성공시킨 가장 대표적이고 핵심적인 실험으로 남아있습니다.

양자 다윈주의(QD) 검증

  • 핵심 예측: QD가 맞다면, 시스템(S)의 정보는 환경(E)에 중복 복제되어야 합니다. 따라서 환경의 아주 작은 조각(F)만 봐도 시스템의 전체 정보를 알 수 있어야 합니다. (이를 ‘정보의 고원, Information Plateau’이라 부릅니다.)

  • 실험 (2010년경부터 다수):

    • 실험팀들은 시스템(S)과 환경(E)을 만들고, 환경을 여러 조각(\(F\))으로 쪼개어 “얼마나 많은 조각을 훔쳐봐야 시스템의 정보를 알 수 있는지”(\(I(S:F)\))를 측정했습니다.
    • 결과: 예측대로, 환경 조각의 크기(\(f\))가 아주 조금만 커져도 \(I(S:F)\)가 최대치(시스템의 전체 정보량)에 도달한 후, 조각을 더 추가해도 정보가 늘지 않는 ‘고원’이 명확하게 관측되었습니다.
    • 이는 정보가 환경에 엄청나게 중복(Redundant)되어 있음을 증명하며, QD의 핵심 주장을 강력하게 뒷받침합니다. (예: 광자 클러스터 실험, 다이아몬드 NV 센터 실험 등)