5장. 경로적분: ‘모든’ 경로를 더하는 양자 동역학

4장에서는 고전 역학의 ‘정지 작용의 원리’(\(\delta S = 0\))를 배웠습니다. 이는 자연이 \(t_1\)에서 \(t_2\)로 갈 때, 가능한 모든 경로 중 단 하나의 ‘고전 경로’만을 선택한다는, 우아하고 강력한 원리였습니다.

1940년대 리처드 파인만(Richard Feynman)은 이 개념을 양자역학으로 확장하며 근본적으로 다른 질문을 던졌습니다. “만약 입자가 파동처럼 간섭할 수 있다면(7장 참고), 왜 단 하나의 경로만 따라가야 하는가?”

경로적분(Path Integral) 형식론은 이 질문에 대한 혁명적인 답입니다. 양자 입자는 단 하나의 경로가 아니라, \(t_1\)\(x_i\)에서 \(t_f\)\(x_f\)로 갈 수 있는 상상 가능한 모든 경로를 동시에 통과합니다. 3장의 해밀토니안 동역학(\(U(t)=e^{-iHt/\hbar}\))과 수학적으로 동등한 이 관점은, 양자 간섭과 고전적 세계의 출현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강력한 도구입니다.

1. 기본 개념 (Fundamental Concepts)

  • 경로적분 공리 (The Path Integral Postulate) 입자가 \((x_i, t_i)\)에서 \((x_f, t_f)\)로 이동할 총 전이 진폭(Transition Amplitude), 즉 커널(Kernel) \(K\)는, 각 경로의 진폭을 모두 더(적분)한 것입니다.

    • 각 경로의 진폭: 각 경로는 \(e^{iS[x]/\hbar}\)라는 복소수 ’위상(phase)’을 가집니다. 여기서 \(S[x]\)는 4장에서 배운 그 경로의 고전적 작용(Action)입니다.
    • 모든 경로의 합: “모든 경로에 대해 적분한다”는 기호를 \(\int \mathcal{D}x(t)\) (범함수 적분)라고 씁니다.

    \[K(x_f, t_f; x_i, t_i) = \int_{x(t_i)=x_i}^{x(t_f)=x_f} \mathcal{D}x(t) \, \exp\left(\frac{i}{\hbar} S[x(t)]\right)\]

  • 범함수 적분 \(\mathcal{D}x\)의 의미 (시간 분할) “모든 경로를 더한다”는 것은 수학적으로 어떻게 정의할까요? 경로의 개수는 무한하며, 각 경로는 연속적입니다.

    💡 상세 설명: 무한 차원의 적분, ‘시간 분할(Time Slicing)’

    \(\int \mathcal{D}x\)는 일반 적분이 아닙니다. 파인만은 이 무한 차원의 적분을 ‘잘게 쪼개는’ 방식으로 정의했습니다.

    1. 시간을 \(N\)개의 작은 조각(\(\Delta t\))으로 나눕니다. (\(t_0, t_1, \dots, t_N\))
    2. “모든 연속적인 경로”는 “각 시각 \(t_k\)\(x_k\) 지점을 통과하는 꺾은선(polyline) 경로”로 근사합니다.
    3. ‘모든 경로에 대한 적분’ \(\int \mathcal{D}x\)는, 모든 중간 지점(\(x_1, \dots, x_{N-1}\))에 대해 적분하는 다중 적분 \(\int dx_1 \int dx_2 \dots \int dx_{N-1}\)으로 바뀝니다.
    4. 작용 \(S = \int L dt\) 역시 각 조각의 라그랑지안 \(L_k \Delta t\)의 합(\(\sum\))으로 바뀝니다.

    즉, 경로적분은 불가능해 보이는 무한 차원 적분을, 우리가 계산할 수 있는 유한 차원(비록 \(N\)이 크더라도) 적분의 \(N \to \infty\) 극한으로 정의한 것입니다. \[K \approx \lim_{N\to\infty} \left(\frac{m}{2\pi i\hbar \Delta t}\right)^{N/2} \int \prod_{k=1}^{N-1} dx_k \, \exp\left(\frac{i}{\hbar} \sum_{j=0}^{N-1} S_j\right)\]

  • 고전적 극한 (4장과의 연결) 양자 입자는 모든 경로를 다 지나간다면, 왜 우리 눈(거시 세계)에는 4장에서 배운 \(\delta S = 0\)고전 경로 하나만 보일까요?

    • \(\hbar\)(플랑크 상수)는 \(10^{-34}\) J·s로 극도로 작은 값입니다. 따라서 \(S[x]/\hbar\)는 엄청나게 큰 수입니다.
    • 고전적이지 않은 경로: 이 경로 주변의 경로들은 \(S\)값이 급격하게 변합니다. 따라서 \(e^{iS/\hbar}\)의 위상(phase)이 제멋대로 회전하여, 서로 다른 경로의 진폭들이 서로 상쇄(destructive interference)되어 사라집니다.

[Image of destructive wave interference]

* **고전적 경로:** 4장에서 배운 $\delta S = 0$인 경로입니다. 이 경로 주변에서는 $S$값이 거의 변하지 않습니다. 따라서 $e^{iS/\hbar}$의 위상이 거의 동일하게 유지되어, 모든 주변 경로의 진폭들이 **보강 간섭(constructive interference)**을 일으켜 강력하게 살아남습니다. 

[Image of constructive wave interference]

* **결론:** 경로적분은 양자역학이 $\hbar \to 0$인 극한에서 어떻게 고전 역학($\delta S=0$)으로 수렴하는지를 '정상 위상 근사'라는 이름으로 완벽하게 설명합니다.
  • 조합 법칙 (Composition Law) 커널 \(K\)는 파동함수의 전파자(Propagator)입니다. 따라서 ” \(i \to f\)로 가는 진폭”은 ” \(i \to m\)로 갔다가 \(m \to f\)로 가는 진폭”을 모든 중간 지점 \(m\)에 대해 합한 것과 같아야 합니다. \[\int K(x_f, t_f; x_m, t_m) \, K(x_m, t_m; x_i, t_i) \, dx_m = K(x_f, t_f; x_i, t_i)\] 이는 \(U(t_f-t_m)U(t_m-t_i) = U(t_f-t_i)\)라는 3장의 유니터리 연산자(시간 진화)의 성질과 정확히 일치하며, 경로적분이 슈뢰딩거 방정식을 만족함을 보여줍니다.

2. 핵심 계산 도구: 가우시안 적분과 유클리드 회전

경로적분은 개념적으로 아름답지만, 실제로 계산 가능한 경우는 (거의) 가우시안(Gaussian) 뿐입니다. 다행히 자유 입자와 조화 진동자(모든 진동의 기초)가 여기에 해당합니다.

  • 가우시안 적분 (Gaussian Integral): 시간 분할 \(\Delta t\)로 쪼개진 적분은 결국 \(e^{\text{i} \cdot (\text{quadratic})}\) 꼴의 적분을 \(N\)번 반복하는 것입니다. 이 계산의 기본 벽돌은 다음과 같습니다. \[\int_{-\infty}^{\infty} e^{iax^2} dx = \sqrt{\frac{i\pi}{a}}\] 이 공식을 \(N-1\)번 연쇄적으로 적용하면 일부 모델의 커널을 정확히 구할 수 있습니다.

  • 유클리드 회전 (Wick Rotation): \(e^{iS/\hbar}\)\(i\)는 적분을 진동하게 만들어 수렴성을 다루기 어렵게 만듭니다.

    • 아이디어: 시간을 \(t\)에서 \(t = -i\tau\) (허수 시간)로 바꾸는 수학적 기법을 적용합니다.
    • 결과: 라그랑지안 \(L = T - V\)가 유클리드 라그랑지안 \(L_E = T + V\) (에너지 합)로 변하고, 진폭의 위상은 실수 지수로 바뀝니다. \[\frac{i}{\hbar}S = \frac{i}{\hbar}\int (T - V) dt \quad \xrightarrow{t \to -i\tau} \quad -\frac{1}{\hbar}\int (T + V) d\tau = -\frac{S_E}{\hbar}\]
    • 의미: 진동하던 \(e^{iS/\hbar}\)실수 감쇠 함수 \(e^{-S_E/\hbar}\)로 바뀝니다.
    • 통계역학과의 연결:\(e^{-S_E/\hbar}\) 꼴은 통계역학의 볼츠만 인자(\(e^{-E/kT}\))와 정확히 같습니다. 즉, \(\hbar\)는 온도의 역수(\(1/T\))처럼 행동합니다. 유클리드 경로적분은 양자역학(\(t\))과 통계역학(\(\tau = i t\))이 수학적으로 깊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.

3. 주요 예제 및 양자장론(QFT)으로의 확장

  • 예제 1: 자유 입자 (\(L = \frac{1}{2}m\dot{x}^2\)) 가우시안 적분을 \(N \to \infty\) 극한으로 계산하면, 고전 경로의 작용 \(S_{cl} = \frac{m(x_f - x_i)^2}{2t}\)를 이용한 정확한 커널을 얻습니다. \[K_0(x_f, t; x_i, 0) = \sqrt{\frac{m}{2\pi i\hbar t}} \exp\left(\frac{i}{\hbar} S_{cl}\right)\]

  • 예제 2: 조화 진동자 (\(L = \frac{1}{2}m(\dot{x}^2 - \omega^2 x^2)\)) 가우시안 적분의 더 복잡한 형태이지만, 여전히 정확히 풀 수 있습니다. 그 결과(커널)는 고전적 작용 \(S_{cl}\)과 양자 요동(fluctuation) 항의 곱으로 나타납니다.

  • 예제 3: 양자장론(QFT)으로의 확장 경로적분의 진정한 힘은 입자(\(x(t)\))가 아닌 장(Field, \(\phi(x, t)\))을 다룰 때 나옵니다.

    • “모든 경로” \(\int \mathcal{D}x\) \(\to\) “모든 장의 배치” \(\int \mathcal{D}\phi\)
    • 생성 범함수 \(Z[J]\): QFT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핵심 대상으로, 외부 ‘소스’ \(J\)가 있는 상태의 총 진폭입니다. \[Z[J] = \int \mathcal{D}\phi \, \exp\left(iS[\phi] + i \int J(x)\phi(x) d^4x\right)\]
    • \(Z[J]\)만 계산할 수 있다면, \(J\)에 대해 미분하여 원하는 모든 물리량(입자 간의 상호작용, 산란 확률 등)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.

4. 연습문제

  1. (시간 분할): 자유 입자의 작용 \(S_j = \frac{m}{2} (\frac{x_{j+1}-x_j}{\Delta t})^2 \Delta t\) 를 이용해, 두 시간 조각(\(N=2\))에 대한 커널 \(K\)\(dx_1\)에 대한 적분으로 표현하십시오.
  2. (조합 법칙 검증): 예제 1의 자유 입자 커널 \(K_0\)\(\int K_0(x_f, t_2; x, t_1) K_0(x, t_1; x_i, t_0) dx = K_0(x_f, t_2; x_i, t_0)\)를 만족함을 가우시안 적분을 이용해 직접 확인하십시오.
  3. (슈뢰딩거 방정식 유도): \(K(x_f, t+\epsilon; x_i, t)\)를 아주 작은 시간 \(\epsilon\)에 대해 전개하여, 커널 \(K\)\(i\hbar \frac{\partial K}{\partial t} = -\frac{\hbar^2}{2m}\frac{\partial^2 K}{\partial x_f^2} + V(x_f)K\) (슈뢰딩거 방정식)를 만족함을 보이십시오.
  4. (준고전 근사): \(\hbar \to 0\)일 때, \(S[x] \approx S[x_{cl}] + \frac{1}{2}\int \delta^2 S \, \eta^2 dt\) (여기서 \(x = x_{cl} + \eta\))임을 이용하여, 커널이 \(K \approx (\text{Factor}) \times e^{iS_{cl}/\hbar}\) 꼴이 됨을 설명하십시오.
  5. (조화 진동자): 조화 진동자의 고전 경로 \(x_{cl}(t)\)와 고전 작용 \(S_{cl}\)을 구하십시오.
  6. (유클리드 경로적분): 자유 입자의 유클리드 커널 \(K_E(x_f, \tau; x_i, 0)\) (유클리드 회전 적용)을 구하고, 이것이 열 방정식(diffusion equation) \(\frac{\partial K_E}{\partial \tau} = \frac{\hbar}{2m}\frac{\partial^2 K_E}{\partial x_f^2}\)을 만족함을 보이십시오.
  7. (생성 범함수 \(Z[J]\)): \(Z[J]\)\(J\)에 대해 두 번 함수 미분(\(\frac{\delta^2 Z}{\delta J(x) \delta J(y)}\))했을 때, 2점 상관 함수(\(\langle T\{\phi(x)\phi(y)\} \rangle\))가 나오는 이유를 개념적으로 설명하십시오.
  8. (외부 선형 퍼텐셜): \(L=\frac{1}{2}m\dot{x}^2 + Fx\) (일정한 힘 \(F\))일 때, 고전 작용 \(S_{cl}\)을 구하고 준고전 커널(예제 1과 유사)을 작성하십시오.
  9. (섭동 이론): \(S = S_0 + \lambda S_I\) (\(S_0\)는 자유 입자, \(S_I = -\int V(x) dt\))일 때, \(e^{iS/\hbar}\)\(\lambda\)에 대해 1차항까지 전개하여 1차 섭동 이론의 경로적분 형태를 쓰십시오.
  10. (아로노프-봄 효과): 라그랑지안에 \(L \to L + q\vec{v}\cdot\vec{A}\) (벡터 퍼텐셜) 항이 추가될 때, \(S\)가 어떻게 변하는지, 그리고 이것이 자기장이 0인 곳에서도 입자의 위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(간섭)을 설명하십시오.

5. 연습문제 해설

  1. \(K \propto \int dx_1 \exp\left( \frac{im}{2\hbar\Delta t} \left[ (x_1-x_i)^2 + (x_f-x_1)^2 \right] \right)\).
  2. 두 가우시안 지수 함수의 곱은 또 다른 가우시안 함수가 됩니다. \(x\)에 대해 적분하면(\(\int e^{-a(x-b)^2}dx = \sqrt{\pi/a}\)), 정확히 \(K_0(x_f, t_2; x_i, t_0)\)의 지수와 상수가 나옵니다.
  3. \(\psi(x_f, t+\epsilon) = \int K(x_f, \epsilon; x_i, 0) \psi(x_i, t) dx_i\). \(K\)\(x_f-x_i\)에 대해 2차까지, \(\epsilon\)에 대해 1차까지 전개하고 \(\psi\)도 테일러 전개하여 양변을 비교하면 슈뢰딩거 방정식을 얻습니다.
  4. \(K \approx \int \mathcal{D}\eta \, e^{i(S_{cl} + \frac{1}{2}\delta^2 S \eta^2)/\hbar} = e^{iS_{cl}/\hbar} \int \mathcal{D}\eta \, e^{i(\delta^2 S)\eta^2 / (2\hbar)}\). 뒤의 가우시안 적분이 (Factor)가 됩니다.
  5. \(m\ddot{x}_{cl} + m\omega^2 x_{cl} = 0\)의 해(경계조건 \(x(0)=x_i, x(T)=x_f\) 만족)를 구하고, \(S_{cl} = \int_0^T L(x_{cl}, \dot{x}_{cl}) dt\)를 계산합니다.
  6. \(K_E(x_f, \tau; x_i, 0) = \sqrt{\frac{m}{2\pi \hbar \tau}} \exp\left(-\frac{m(x_f - x_i)^2}{2\hbar \tau}\right)\). 이는 열 방정식의 기본해(Green’s function)입니다. \(\tau\)가 확산 시간 역할을 합니다.
  7. \(Z[J] = \int \mathcal{D}\phi (1 + i \int J\phi + \frac{(i)^2}{2!} (\int J\phi)^2 + \dots) e^{iS[\phi]}\). \(J\)에 대한 2차 미분은 \((\int J\phi)^2\) 항에서 \(i^2 \phi(x)\phi(y)\)를 끄집어내고, 경로적분 \(\int \mathcal{D}\phi \dots e^{iS[\phi]}\)\(\langle \dots \rangle_0\) (진공 기대값)을 계산하는 것이므로, \(\langle \phi(x)\phi(y) \rangle\)가 나옵니다.
  8. 고전 경로는 \(\ddot{x}_{cl} = F/m\) (등가속도 운동)입니다. \(x_{cl}(t)\)를 구하고 \(S_{cl} = \int L(x_{cl}) dt\)를 계산합니다. \(K \approx (\text{Factor}) \times e^{iS_{cl}/\hbar}\).
  9. \(K \approx \int \mathcal{D}x \, e^{iS_0/\hbar} (1 + i\lambda S_I/\hbar) = K_0 - \frac{i\lambda}{\hbar} \int \mathcal{D}x \, e^{iS_0/\hbar} \int V(x(t)) dt\).
  10. \(\Delta S = \int (q\vec{v}\cdot\vec{A}) dt = q \int \vec{A} \cdot d\vec{l}\). 이 작용의 변화는 입자가 자기장이 없는(\(B=\nabla \times A = 0\)) 영역을 통과하더라도 \(\oint \vec{A} \cdot d\vec{l} \neq 0\) 이면 위상차(\(e^{i\Delta S/\hbar}\))를 발생시켜, 두 경로 간의 간섭 무늬를 이동시킵니다 (아로노프-봄 효과).